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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 5월 신규전시 FROM THE APMA COLLECTION

by 김재능 2023. 5. 26.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2023년 두 번째 전시로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FOUR>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앞 선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에서 공개하지 않은 작품이 중심이 되었다. 주요 현대미술 작품 중 2000년 이후에 제작된 작품을 중점적으로 선정하였다. 7개의 전시실에 걸쳐 다양한 장르의 작품 3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내부전경1
미술관내부

아모레퍼시픽만의 공간감이 주는 집중력, 그로 인한 일상탈피

어떤 미술관들은 마트에 온 느낌을 준다. 물건도 많고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도 많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은 몇 개 없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다르다. 작품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엄선된 소수의 작품만이 걸려 있으며, 널찍한 공간감은 작품과 잘 어우러져 의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작품과 공간과의 관계설정을 이렇게 까지 잘 구현한 미술관은 아모레미술관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개별 작품도 훌륭하지만, 미술관 전체가 작품이 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미술관에 오는 주요 목적은 일상의 탈피다. 엑셀 네모 박스에서 벗어나 마른땅에 물을 주는 느낌이며, 굳어 버린 감수성에 심폐소생술을 가하는 기분이다. 딱딱히 굳어버린 내 마음에 감정이 스며들 틈이 없을 것 같지만, 작품을 느끼며 이해하려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다시 몽글몽글해져 있다. 이번 전시도 그러했다. '저 작가는 뭔 생각을 했길래 저런 작품을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다 보면 평소의 나와는 다른 방식의 사고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간다. 
 

FROM THE APMA COLLECTION 5/25 ~ 7/30

아모레퍼시픽의 열렬한 팬 답게 개장일에 맞춰 다녀왔다. 소장전이어서 그런지 몇몇 작품은 봤던 기억이 있었다. 전시는 7개의 전시실에 걸쳐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실 외에도 미술관 곳곳에 작품을 설치하여 관람자가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벗어나 작품의 세계로 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미술관지도
미술관지도
1 전시실
1전시실 전경
1전시실 전경

1 전시실에는 회화와 사진이 한 공간에 배치되어 두 작품 간 조화를 모색하였다고 한다. 라인강 III는 황량한 라인강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였으며,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에서는 그림과 텍스트와의 조화를 통해 이제껏 고정되어 왔던 사회적 관념의 틀을 깨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 전시실
2전시실
2전시실

2 전시실은 우리가 익히 아는 몬드리안의 추상회화 느낌이 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정한 비율적인 구성으로 우리에게 안정감 혹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특히 작업과정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매끈한 마감은 보는 사람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건축물과 클립으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일상의 소품이 모티브가 된 점이 색다르다.
 

3, 4, 5 전시실
엘름그린&드라그셋
엘름그린&amp;드라그셋

큰 거울 앞에 조각상이 있다. 근육 디테일이 살아있다. 이 작품을 만약 옮긴다면 거울 따로 조각상 따로 옮길 건데 그때마다 조각상의 위치, 거울의 높이를 어떻게 맞출까라는 생각을 했다. 조각상 발끝을 기준으로 몇 cm 떨어져서 조각을 세운다라는 지침이 있을까라는 아주현실적이고도 작품의 감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업무적인 생각을 한다. 엑셀의 사각 박스 바깥으로 나가려고 미술관을 참여했는데 이런 메마른 생각을 다시 하고 있다니 나란 사람은 회사 생활에 너무 물든 것 같다.
 
다시 미술에 집중해서 근육하나하나에 살아있는 디테일에 감탄이 나왔다. 석고 안에 사람을 집어넣지 않았을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이 사람은 거울에다가 왜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있을까. 신체의 물리적 현존이 마주한 복합적 현실을 탐구한다고 되어 있는데, 잘 이해가 안 된다. 오감 이상의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은데, 감각이 신체에 갇혀 자유롭지 못한 본인의 처지를 미술작품으로 나타낸 것일까. 잘 모르겠다. 암튼 조각은 대단하다.
이번 전시회에 시그니쳐 작품인 것 같아 오랜 시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작가의 의중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작품 어떻게 옮겼을까 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업무적인 관점에서만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난 회사 체질인가 보다.
 

마치며

현대 미술은 난해한 작품들이 많다. 이게 왜 작품이지?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많다. 작가본인은 수많은 고뇌의 결과로 나온 작품이겠지만, 관객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면 어떨까 한다. 사실 의도를 모르겠으면, 자본주의 비판이 아닐까 하면 대략 40%는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말라버린 감수성에 물 한 바가지 주려고 미술관에 방문했다. 촉촉이 적시지는 못했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이 네모박스에 갇혀버린, 모래바람이 부는 감성상태임을 확인하고 왔다. 미술관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 조차 하지 못했겠지. 직장 들어간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내 감성 다 어디 갔을까. 먹고살기 위해서는 이렇게 적응해 가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함께 해본다. 미술관... 사라진 감성 찾으러 종종 찾아야겠다.

미술관전경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