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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진해 식당] 떡볶이 국물에 빠진 메기 매운탕 (강화도 숨은 맛집)

by 김재능 2023. 2. 3.

강화도에 종종 놀러 가면 밴댕이 회를 먹거나 짬뽕을 먹고 오곤 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는 좀 다른 음식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추천을 받고 간 매운탕집. 외관은 정말 허름하다. 간판은 언제 달았는지 색이 바래 여기가 어떤 음식을 파는 식당인지 자세히 봐야 간신히 알아챌 수 있다. 솔직히 음식에 관해 믿을 만한 분의 추천이기에 이 집을 갔지, 아무런 정보가 없는데 내 발로 이 집을 찾아가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바래진 간판 따윈 본인들 음식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사장님의 자신감인지, 아니면 그냥 별 생각이 없는 분이신지 궁금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민물 매운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너무 강한 흙냄새와 물고기 잡냄새 때문에 먹기가 힘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맛있으면 이 매운탕집은 맛있는 집이 맞을 것 같다.

진해식당내-외부-사진
진해식당내외부

응답하라 1988에서 본 것 같은 양옥집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꽤나 큰 실내가 눈에 들어오며, 점심 식사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관광객보다는 이 주변에서 사는 주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해병대 마크 옷을 입고 있으신 어르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체 손님보다는 테이블 하나씩 차지하여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해 국밥 한 그릇 하러 온 아저씨들이 많았다. 주민들이 자주 찾는 집이라는 생각이 들자 맛에 대한 확신도 조금씩 커졌다.

매기매운탕-사진과-메뉴판
매기매운탕

이 집의 주 메뉴는 메기 매운탕과 추어탕이다. 우리는 메기 매운탕을 시켰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밑반찬도 굉장히 맛있었다. 강화도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순무로 만든 무 김치와 양파장아찌, 배추김치등이 있었다. 다들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다.
매운탕의 맛은 약간 떡볶이 국물에 빠진 메기매운탕 느낌이다. 맛 표현이 이상 할 수 있겠지만, 맛있다는 이야기다. 칼칼하면서도 맛이 빈틈없이 꽉 차서 공깃밥 두 그릇 정도는 뚝딱 할 수 있다. 그리고 매운탕이라기보다는 어죽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걸쭉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민물고기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였다.
우리는 3인분을 시켜서 인지 매기가 3마리가 들어있었고, 고기도 두툼하고 살도 단단하여 식재료의 신선함도 함께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함께 들어 있는 수제비는 간이 잘 배어있어서 밥을 다 먹고 난 뒤 하나씩 집어먹는 재미도 있었다.
가격만 보면 그렇게 싸지도 비싸지도 않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으나, 식재료의 신선함이나 양을 보면 이 정도면 가성비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는 맛집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어탕의 경우 갈아서 만든 추어탕과 통으로 끓인 추어탕을 구분해서 파는 것 같았다. 추어탕은 항상 갈아서 만든 추어탕만 먹어봤는데 메기매운탕의 맛을 보았을 때 추어탕의 맛도 궁금해졌다. 당장은 배부르니 먹고 싶지는 않고 다음 기회에 오면 한 번 다시 들러보고 싶다.
이 집의 위치는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바로 왼편에 있다. 강화도에서 루지를 타거나 바다를 향한 카페를 투어 하거나 한 후에 배가 고파질 시점에 강화도와 작별을 고하기 전 들르면 딱 좋을 집인 것 같다.